2.4.1. 헌법변천의 의의
헌법변천(Verfassungswandlung)이란 어떤 헌법조항이 헌법개정절차에 따라 의식적으로 수정, 변동되는 것이 아니고 조문은 그대로 존속하면서 의미 내용만 실질적으로 변화하는 경우, 즉 헌법규범과 헌법현실 사이에 모순이 발생함으로써 성문헌법조항의 의미가 소멸하고 현실에 상응하는 새로운 의미 내 용의 헌법규범이 생성되는 경우(새로운 불문헌법규범의 생성)를 의미한다.
미국에서 연방헌법은 대법원에 위헌법률심사권을 부여하고 있지 않지만, 1803년의 마비의 대 매디슨 사건(Marbury v. Madison) 이래 연방 대법원이 위헌 법률심사건을 행사하고 있다. 미국에서 시작된 이 제도는 현재 전 세계로 전파된 상태이다. 또한 간접선거인 대통령선거가 직접선거로 운용된다거나 건국 초기의 막강했던 주의 권한을 희생하여 연방권한을 점차 확대해 온 것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특히 미국의 연방헌법은 제정 230여 년 동안 시대적 변화를 어떻게 감당해 왔는가가 신비스러울 정도이다. 기차도 없던 시절에 만들어진 헌법이 우주시대로 접어든 현재까지 어떻게 규범력을 가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유럽의 나라들이 근대 입헌주의적 자유주의 헌법국가에서 현대 사회복지국가 헌법으로의 변동이 진통을 겪고 헌법전의 제정 혹은 개정이라는 외형적 변화를 거쳤던 데 비해, 미국의 경우에는 헌법은 그대로 둔 채 의회 입법과 사법부의 관련을 통하여 시대적 변화에 대응하였다. 1929년 대공황 이후 1933년에 대통령으로 당선된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경제적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서 뉴딜(New Deal) 정책을 도입하였다. 자유주의를 기조로 해 왔던 미국에서 국가에 의한 통제와 규제를 대폭 인정하는 뉴딜의 입법과 정책은 위헌 시비를 받았다. 연방대법원도 처음에는 뉴딜 입법에 대해서 속속 위헌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그 후 뉴딜은 뿌리를 내렸고, 1980년 레이건 대통령이 신자유주의로의 복귀를 선언할 때까지 존속되었다. 이렇게 해서 미국도 사실상의 현대 사회복지국가 헌법 시대를 거쳤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영국에서는 명예혁명 이후 국왕이 실질적 권한을 상실하였고, 또한 총선거에 따른 정치세력이 의회 의석의 수적 우세를 통해 내각우위의 정부형태를 수립하였다. 일본의 경우에는 영구히 무력을 보유하지 않는다는 평화헌법 조항을 두고 있으면서도 실질적 군사력인 자위대를 보유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의 경우 영토조항(제3조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부속도서 로 한다.")이 사실상 헌법변천이 이루어져 지금은 대한민국의 영토는 남한에 한한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해석론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법원의 입장은 이와 같은 헌법변천을 용인하고 있지 않다. 헌법 제121조 제1항 "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에서 정자유전 의 원칙은 사실상 준수될 수 없는 목표가 되었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기관이다. 대의제민주주의에서 국회의원은 무기속 위임에 따라 지역구를 넘어 국민 전체의 대표자로서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수행하도록 요구받는다(헌법 제46조. 제2항), 하지만 헌법은 제8조에서 규정하듯이 정당민주주의를 통한 대의제민주주의를 예정하기 때문에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자와 정당소속원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게 된다.
이에 관한 한 정당이 정한 결정과 당론에 따르는 것이 당연시된 것도 헌법변천의 예이다.
헌법이 제정되고 오랜 시간이 지나면, 그 사이에 사회의 토개가 변화되고 많은 하위법들이 출몰과 변화를 거듭하게 된다. 이런 시대적 변화는 헌볍규정들의 의미도 실질적으로 변화시킨다. 예컨대 1997년 제정된 [교육기본법] 제3조에는 '학습권' 규정을 두었다. "모든 국민은 평생에 걸쳐 학습하고, 능력과 적성에 따라 교육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규정이다. 이렇게 법률차원에서는 새로운 개념이 도입된 것이다. 이 경우 1987년 제정된 헌법 제31조의 '교육을 받을 권리'는 전통적 의미에서의 교육권, 즉 수업권이나 수학원 등으로 이해하는 것을 넘어 학습권까지 내포할 수 있어야 한다. 학습권은 교육의 주체를 교사 중심에서 학습자 중심으로 전환하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어쨌든 지금 이 순간에도 헌법의 내용은 모랫바람이 날려 모래언덕을 만들듯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출처: 헌법의 기초, 강경선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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